오늘 다해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복음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루카 9, 11ㄴ-17)는 열두 사도의 첫 파견 선교이야기와 함께 사도들의 활동 이후, 온 나라가 동요된 모습을 전해 줍니다. 그리고는 바로 예수님께서는 (지친) 제자들을 따로 데리고 ‘벳사이다’라는 고을로 물러가셨는데, 그곳까지 군중이 따라붙자 (제자들은 쉬게 하고) 예수님 혼자서 군중들을 맞이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러니깐 오늘 루카복음 말씀의 내용은 ‘벳사이다’라는 고을 근처의 ‘황량한 곳’(12절)에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벳사이다는 갈릴래아 호수의 북쪽, 요르단 강과 접하는 지역에 위치합니다. ‘벳사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어장’, 또는 ‘어부들의 고장’입니다. 실제로도 말 그대로 벳사이다는 한적한 곳이 아니고, 고기가 아주 잘 잡히는 항구도시입니다. 어부들이 모여서 사는 곳일 뿐 아니라 많은 상인들이 북적대는 도시입니다. 루카복음사가는 이러한 도시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데리고 갔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을 쉬게 하려면 북적대는 항구 도시가 아니라 외딴 한적한 곳으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 삶의 목격한 증인이 아니기에, 팔레스티나의 지형을 잘 모르면서 복음을 저술했다고도 이야기들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벳사이다’에 대한 예수님 저주를 상기해 봅시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마태 11,21) 예수님의 능력을, 많은 기적을 보고서도, 회개하지 않는 도시의 대명사에 ‘벳사이다’가 들먹입니다. 그만큼 물신(物神) 에 푹 빠진 도시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벳사이다는 시몬 베드로, 안드레아와 필립보의 고향이기도 합니다(요한 1,44). 그리고 예수님이 소경도 치유해 주신 적이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마르 8,22-26).
그렇다면 공관복음에서는 이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장소를 어디라 하는지 짚어볼 차례입니다. 마르코(6,31-32)와 마태오(14,13) 복음사가는 어느 특정한 지역을 밝히지는 않고 그저 막연하게 ‘한적한 곳’이라고 합니다. 요한(6,1~3)은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 산 위에서 제자들과 함께 계실 때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루카복음사가만 벳사이다 근처 황량한 지역이라고 친절히 말해 줍니다. 그러니 우리는 루카복음사가의 지향대로 말씀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pddm. 티모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