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제자수녀의 기쁨을 나누어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서한 묵상집
2021년 9월 9일(목) 연중 제 23주간 목요일
1844년 12월 15일 소팔가자에서 페레올 주교님께 보낸 김대건 부제의 아홉 번째 편지입니다.
이 서한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영성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라는 진리의 깨달음입니다.
훈춘은 바다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은 곳으로 조선과 만주를 가르는 두만강 어귀에 있습니다. 그곳은 백 가구
가량의 달단이들이 살고 있는 조그마한 촌락입니다. 조선인과 중국인이 접촉할 만한 지점은 남쪽에 있는 봉황성
변문 외에는 오직 이 훈춘뿐입니다....
많은 중국인이 아주 먼 데서부터 이리로 교역을 하러 옵니다. 그들은 조선 사람들에게 개. 고양이. 담뱃대. 사슴뿔
(녹용).구리. 말. 노래. 나귀들을 주고, 그 대신에 바구니. 가재도구. 쌀. 밀. 돼지. 소. 종이.돗자리. 가죽 제품 그리
고 빠르기로 이름난 조랑말들을 받습니다.
이러한 거래는 일반 백성들을 위해서는 2년에 한 번씩, 그나마도 한나절밖에 열리지 않습니다. 상품교환은 훈춘에
서 40리 떨어진 조선의 제일 가까운 도시인 경원에서 행하여 집니다...... 이렇게 해마다 교역하는 몇 시간 동안만은
중국인과 조선인이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다른 때는 어느 쪽에서든지 국경을 넘는 사람은 잡혀서 종이
되거나 가차 없이 살해됩니다.
이 두민족은 서로 대단히 미워합니다. 더구나 근년에 중국인들이 조선에 들어와 어린이들과 여자들을 납치해 간 후
로는 훨씬 더 심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조선 국경에 도착하였을 때는 시장이 서기까지 8일이나 남았습니다. 그때
까지 시간이 너무나 지루하였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조선의 신자들을 약속한 표지로 알아보고 그들과 대면하게 되기
를 마음 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아! 이 백성들은 아직도 외국인을
보면 원수로 여기고 무서워하면서 국경 밖으로 내쫓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야만 상태에 있구나.' 하고 탄식하였습니
다. 사람은 이 세상에 영원히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다만 며칠을 지내는 나그네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저는 다시금 깨
달았습니다.
아홉 번째 편지 소팔가자에서, 1844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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