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여러분의 사랑을 숨겨둘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의 성소에 맞갖게 표현하고 전파하십시오.
(복자 G.알베리오네)
(복자 G.알베리오네)
코로나 시대, 가톨릭평화방송 없었으면 신앙생활 어쩔뻔 했나
[창간 33주년] 가톨릭평화방송(CPBC) 역할과 소명
2021.05.16 발행 [1613호]
▲ 일러스트=문채현
▲ 화양동성당 전경.
전 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에 가톨릭 사회매체의 의미와 가치, 활용 범위는 더 커지고 더 넓어졌고, 더 확장됐다. 일상화된 비대면과 감염증 확산이 1년 6개월이 넘도록 계속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매체의 역할에 대한 고민 또한 계속된다. 하지만 고민이 클수록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톨릭교회 사회 매체의 첫 마음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열매 중 하나로 평가받는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Inter Mirifica)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이에 1967년 홍보 주일을 제정, 사회 매체에 관한 교회의 사도직을 활성화했다. 지난 한 해 초유의 미사 중단 사태까지 겪으며 가톨릭평화방송(CPBC)은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 매체 활용을 통한 사도직과 비대면 프로그램 제작에 기꺼이 함께하며 동반해왔다. 이에 제55차 홍보 주일을 맞으며 가톨릭평화방송의 참다운 역할과 소명, 응답을 조명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비대면의 일상화, 방송 미사 강화로 응답
지난 한 해 미사 중단 사태를 겪으며 가톨릭평화방송은 기존 방송 미사의 역할을 새롭게 격상했다. 종전 방송 미사가 병상 중 환우나 고령자, 교도소 재소자 등 미사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이들을 위한 방송 ‘서비스’에 그쳤다면, 이제는 성체를 받아모시지 못해도 기도를 통해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와 일치한다는 의미의 ‘신령성체’(神靈聖體, spiritual communion)라는 전례적 의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주님께 의탁해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CPBC는 지난해와 올해 특히 전례 프로그램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V 방송 미사는 평일 4회(06:05, 09:00, 12:05, 18:05), 주일 5회(평일 미사 시간대에 21:00 방송 추가)로 대응했고, CPBC FM 라디오는 평일과 주일을 막론하고 1회(05:00) 방송한다. 방송 횟수도 늘렸지만, 기존에는 새 사제들 하던 데서 벗어나 중견 사제들과 교구장 주교들까지 섭외했다. 시청률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3~4배가량 늘었다. 미사예물 신청 건수나 후원 ARS도 늘었고, CPBC에 관심도 상당히 높아졌다.
전례 프로그램 강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성체조배’ 프로그램 신설이다. 지난해 성주간 때 특별 편성됐던 성목요일 성시간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이 높게 나타나자 이를 정규 편성하게 된 것. 스승 예수의 제자수녀회 서울 본원 성당에서 녹화, 매일 새벽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25분간 CPBC TV를 통해 방송한다. 이뿐 아니라 ‘성체조배’를 시작으로 ‘새벽을 여는 기도’ ‘영상 기도’ ‘묵주기도’ ‘삼종기도’ ‘방송 미사’를 잇따라 새벽 시간대에 방송하고, 낮 기도와 전례, 저녁 기도와 전례도 함께 배치함으로써 전례 방송으로서 위상을 높였다.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 극복
전례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신자들을 위해 ‘가톨릭 청춘 어게인’ ‘성경원정대’ 등도 신설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대림 시기에 새로 편성한 ‘가톨릭 청춘 어게인’은 본당 노인대학에 가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한 TV노인대학으로 신설, 체조나 노래교실, 색칠하기, 만들기 등 홈 트레이닝은 물론 노년의 공감대를 나누는 공감 마당, 전례 강좌나 건강 상식을 익히는 배움터, 생활성가를 따라 부르는 노래 기도, 최주봉(요셉) 서울가톨릭연극협회장과 함께하는 성지 순례 등 알찬 내용으로 꾸미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대림 시기부터 주일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성경 원정대’도 새로 편성, 성경을 게임으로 풀어나가도록 했다.
대면 프로그램을 녹화, 비대면으로 내보내는 시도도 하고 있다. 춘천교구 영동가톨릭사목센터 배광하 신부를 초대, ‘배광하 신부와 함께하는 신앙 산책’ 코너를 신설한다. 오는 6월 절두산 꾸르실료회관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참석 인원을 조정, 대면 녹화로 진행하고 7월부터 방송에 들어간다. 또 신약과 구약 비대면 강좌를 새로 마련하고, 향심기도 프로그램과 신앙 인터뷰 다큐 프로그램 ‘나의 하느님’ 시즌2, ‘교회건축과 전례’도 새로 시작한다.
CPBC FM도 지난해 홍보 주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성령칠은 뽑기’ 이벤트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고, 이에 올해는 CPBC 제작기술국 주관으로 ‘성령칠은 뽑기’와 ‘매일 말씀사탕’ 웹서비스를 제공한다. 감사데이 ‘성령칠은 뽑기’ 이벤트는 17일부터 30일까지 2주 동안, ‘매일 말씀사탕’은 오는 6월 29일 이후 상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지역 교회, 교회 단체와 연대하다
방송뿐 아니라 대면 행사를 열지 못하는 지역 교회, 단체들과의 연대도 활발하다. 특히 교구 사제서품식 중계는 예년보다 훨씬 늘었다. 수원ㆍ대전ㆍ인천ㆍ전주교구 사제서품식을 생중계했고, 유튜브 생중계도 동시 진행했다.
한국 평협과 연대, 12일부터 방송에 들어간 CPBC TV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 특별기획 4인 4색 엄마의 뜰’은 교회 단체와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대표적이다. 각기 다른 세대의 네 엄마와 서울대교구 압구정동본당 부주임 김광두 신부가 출연, 우리 시대를 사는 엄마들의 역할과 고민을 들어본다.
이 밖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오는 6월 초 역사물 토크쇼 ‘청년 김대건의 시간들’(1편)을 방송하고, 오는 7월에는 30분 분량의 김대건 순례길 다큐 7편을 제작해 내보낸다. 김대건 성인의 생애를 다룬 다큐 2부작을 제작 중이고, 오는 8월 14일부터 21일까지 성 김대건 탄생 주간에는 솔뫼성지에서 진행될 기념행사를 모두 생중계한다. 끝으로 오는 12월 대림 시기에는 김대건 희년을 결산하는 뜻으로 기록 다큐 ‘희년의 기록들’을 선보인다.
류호찬 PD(가톨릭평화방송 TV국장)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저희 CPBC가 신자들에게 꼭 필요한 선교 매체로서의 소명의식을 갖게 된 건 소중한 체험이었다”면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느슨해진 신앙생활을 어떻게 다잡고 이끌어갈지, CPBC의 역할을 고민 중이고, 그러한 고민을 녹여낸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