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여러분의 사랑을 숨겨둘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의 성소에 맞갖게 표현하고 전파하십시오.
(복자 G.알베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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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임명
"어머니 희생, 선행 덕에 추기경 됐다"
2006.03.12 발행 [862호]
"어머니 희생, 선행 덕에 추기경 됐다"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2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가톨릭대 입학미사에서 신입생 대표들은 정 추기경에게 축하글과 꽃다발을 전달했다. 신입생 대표가 축하글 낭독 끝에 "추기경님 사랑합니다!"를 힘있게 외치자 참석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함께 축하를 전했다.
정 추기경이 미사 후 명동성당 앞마당으로 나오자 신입생들과 가족들은 새 추기경과 악수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 추기경과 사진을 찍지 못한 이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정 추기경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신입생들은 "대학생활 시작을 새 추기경님과 함께해 더욱 뜻 깊다"면서 "영원히 잊지 못할 입학식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정 추기경은 이에 앞서 1일 혜화동 대신학교 대성당에서 독서직 및 시종직 수여미사를 주례했다.
○…정 추기경은 2일 오후 이종석 신임 통일부장관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교회가 민족화해에 좀더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하면서 추기경에 임명된 것은 제가 처음"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바라는 사회 여망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정보가 부족해서 북한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교회의 민족화해 운동이 좀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북한 관련 자료 제공 등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했다.
이종석 장관은 "남북 화해와 협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추기경께 감사드린다"면서 "북한 상황에 대해 수시로 보고하고 또 자문을 구하겠다"고 답했다.
○…정 추기경은 이어 한국ME 대표단(한국대표팀 장무웅ㆍ김정희 부부, 한상용 신부)을 접견하고 국민 전체가 행복한 결혼생활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 추기경은 "낙태는 아무 죄 없는 태아를 가장 안전한 장소인 모태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다는 점에서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죄악"이라면서 "높은 낙태율과 낮은 출산율로 대변되는 한국사회 가정과 생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3일 오전 작은 예수회 권순기 본부장 등 직원들과 정의채 몬시뇰(서강대 석좌교수) 예방을 받은 데 이어 김자문(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신부를 비롯한 서울대교구 성소후원회 회원 20여명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정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추기경 임명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어머니였다"며 자신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어머니를 회고했다.
정 추기경은 "저를 낳으시고 이 자리에 있기까지 이끌어 주신 어머니는 손해를 보면서도 항상 다른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는 모범을 보여주셨다"면서 "제가 주교가 되고 추기경이 된 것은 어머니의 그와 같은 희생과 선행 덕분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와 관련, "어머니는 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게 원망이 많았을 법도 한데 평생토록 원망하거나 언짢은 말씀을 하신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밝힌 정 추기경은 "어머니는 비록 학식이 높지는 않았지만 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몸으로 보여주셨다"며 오늘날의 자신이 있게 한 공로를 모두 어머니께 돌렸다.
○…정 추기경은 3일 오후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주교와 최근 세계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삼소회(三笑會) 회원 곽 베아타 수녀, 오 카타리나 수녀(성공회), 진명 스님(불교 조계종), 김지정 교무(원불교) 예방을 받고 환담했다.
삼소회 회원들은 "성지순례 마지막 날 로마에서 추기경 서임 소식을 직접 듣고 무척 기뻤다"고 말하고, 정 추기경께서 종교 화합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정 추기경은 "여러분은 세계가 종교간 분쟁으로 시끄러운 이때에 성지순례를 통해 종교 화합의 모범을 보여줬다"며 격려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로마 출국 전날인 4일 오전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주관으로 소설가 최인호(베드로)씨와 대담을 가진 데 이어 명동성당 장애아 주일학교 '솔봉이' 10주년(4월23일) 축하 메시지 녹화를 통해 장애인 어린이와 학부모, 교사들을 격려했다.
한편 정 추기경은 이날 집무실에서 추기경 서임 후 처음으로 추기경용 진홍색 수단을 입었다. 이 수단은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수녀들이 정 추기경 치수를 잰 뒤 열흘 동안 만든 것이다. 추기경 수단의 진홍색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거룩한 교회와 교황을 위해 목숨 바쳐 충성을 다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추기경이 쓰는 진홍색 모자는 서임식 때 교황이 직접 씌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 추기경은 이날 대주교 때 쓰던 자주색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글ㆍ사진= 남정률ㆍ백영민ㆍ박수정ㆍ김민경 기자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