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聖週間·hebdomada sancta)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근본 되는 시기
예수님의 수난·죽음·부활의 구원사건 기념하는 때
어렸을 적을 생각하면, 요즘처럼 집안에 달력이 그리 많지 않았다. 흰 바탕에 날짜가 크게
적힌 그런 달력이었다. 이발소에 가면 그림이 있는 달력이 걸려 있었다. 달력에 빨간 동그
라미가 그려져 있고 누구 생일, 어느 분 기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렇듯 가족들의 중요한
날들인 생일과 기일, 그리고 결혼기념일 등이 가족들을 묶는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이
러한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의미 있는 시간을 2000년이라는 역사의 흐름 안에서 기억하고
기념하는 종교 중에서 가장 잘하는 곳이 바로 가톨릭이라고 할 수 있다.
무신론을 펼치면서도 기성 종교의 장점을 피력하는 「무신론 2.0」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책
을 보면 가톨릭교회의 우수성과 힘에 대해 말하면서 전례주년을 손꼽고 있다. 주기적으로
무엇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은 인간 본성과 영혼의 활동에 적합하며 사건을 현재화하는 힘
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창립초기부터 전례주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전례력에 대한 의
미와 전례교육에 철저했다. 성주간의 의미, 특히 성삼일에 진행되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구원사건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순교의 시기도 부탁했다. 그 예로 다블뤼 주
교(1818~1866)님은 서울 의금부에 갇혀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천주교에 대한 훌륭한 호교론을 펼치셨다. 그분은 사형이 결정돼 충청도 보령(保寧) 수영(水
營)으로 이송됐다. 그분은 죄수복을 입고 고문으로 상한 다리를 질질 끌면서 이송되는 도중,
처형 예정 날짜인 3월 30일 성 금요일인 처형일이 다소 연기될 기미가 있음을 알고 “성 금
요일에 죽게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소원대로 3월 30일 성 금요일에 수영(水營)에서 약
10리 떨어진 ‘갈매못’에서 순교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렇듯 예수님의 구원 신비가 절정에 이르는 성주간의 중요성을 목숨으로 증거한 다블뤼 주
교님의 모범은 어느 시기에나 필요하다. 그렇다면 성주간에는 어떤 일들을 기념하고 또 어
떤 예식들을 통해서 구원의 신비를 현재화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사순시기의 마지막 주간인 ‘성주간’(聖週間·hebdomada sancta)은 예수님이 바로 이스라엘
민족이 그렇게 기다리던 ‘메시아’, ‘그리스도’로 드러나는 구원 신비가 펼쳐지는 사건들로 이
루어져 있다. 이 주간을 처음부터 잘 기념했던 곳은 그 사건들이 벌어졌던 예루살렘이다.
성지주일부터 부활까지의 사건들을 다루는 전례가 풍부하게 발전했고, 이에 대한 자료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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