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임옥당
무덤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 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든다.
살아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있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었인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는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