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축>"예술성 먼저" "기능성 우선" 갑론을박
'한국 현대 성당 건축의 현황과 과제' 세미나 주요 내용
2002.06.30 발행 [682호]
'한국 현대 성당 건축의 현황과 과제' 세미나 주요 내용
매년 60여개. 60년 258개 본당이던 것이 42년만인 2001년말 현재 1258개 본당으로 늘어났으니까 해마다 23.8개의 성당이 지어졌고 지어지고 있다.
여기에 2001년말 현재 1074개인 공소와 그 밖에 수도원 성당을 합치면 2800여개 성당으로, 매년 60여개씩의 성당이 지어진 셈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성당 건축 ‘붐’이다. 그러나 참으로 전례에 합당하게 가톨릭적이고 토착화된 성당을 짓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교회 일각에서는 성당의 거대화와 세속화, 물질주의적 경향 등 양적 팽창에 우려를 내놓는 형편이다.
17일 오후 5시 서울 가톨릭화랑에서 열린 ‘한국 현대 성당 건축의 현황과 과제’ 세미나는 한국교회 200여년 사상 처음으로 성당건축의 허와 실, 현황과 문제, 그리고 바람직한 방향까지 짚어본 뜻깊은 자리였다.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건축가, 미술가 등 교회건축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고 △현대 성당 건축의 이념과 프로그램 △건축가의 선정과 설계과정 △건축과 성미술의 조화 △교회와 건축계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원칙과 가이드 라인 등의 소주제를 토론,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가장 먼저 토론된 내용은 성당 건축의 전례적 이념의 문제.
건축가의 창의적 예술성이 먼저냐, 아니면 전례공간으로서의 기능성이 우선이냐의 문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건축적 아이디어가 신학적 전례적으로 문제가 되느냐의 여부에 대한 사제와 건축가 간의 토론과 이해와 일치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또 전례공간의 구성과 관련해 김영준(안셀모) 서울 고척동본당 사목회 총회장은 특히 음향시설의 중요성에 비춰 소홀하기만 한 성당 음향 설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대 또한 장방형이 아니라 군중 속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원형 공간의 중앙에 위치하도록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또 교구에서 우수한 건축가들을 그룹으로 구성해 교구가 건축가를 선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뒤 성당 신축 이후에도 교육관만 짓지 말고 주변 토지 매입 등을 통해 녹지공간을 두어 이웃과 함께 하는 본당 공동체가 되도록 2차적 종합계획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됐던 사안은 건축가의 선정과 설계과정 문제. 본당에서 설계 경기(공모)를 한다고 해놓고 막상 설계 경기에 작품을 출품하지도 않은 건축가를 선정하는 일이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건축가들의 주장.
건축과 성미술의 조화와 관련해 최종태(요셉) 한국가톨릭건축가회장은 건축 설계 당시부터 십자고상이나 성모상, 십자가의 길 14처 같은 성미술 작품의 배치 문제가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교회와 건축가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가이드 라인)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건축학 박사 황원옥(에스텔, 스승 예수의 제자수녀회) 수녀는 “설계심의부터 완공까지 중재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면서 유럽에서의 사례처럼 성직자와 수도자, 건축가, 고고학자, 평신도, 교회미술가 등이 모두 함께 모여 3박4일, 혹은 1주일씩 성당 건축 전반을 논의하는 워크숍 제도의 교구별, 본당별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용환(부산교구 울산 전하본당 주임)신부는 특히 성당 건축에 대한 각종 정보 공유와 건축시 문제 발생에 따른 중재기관 역할, 사제 및 신학생에 대한 건축소양 교육의 장이 될 ‘가톨릭 성당 건축 연구소’의 신설을 제안했다.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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