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된 이탈리아의 한 신부가 젊은 환자에게 자신의 산소호흡기를 양보하고 숨을 거뒀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AP, BBC 등 주요 외신은 23일(현지시각)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이탈리아 북부 베라가모의 한 병원에서 투병 중이던 돈 주세페 베라르델리 신부(72)가 지난 15일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오래전부터 호흡기 질환을 앓던 베라르델리 신부는 자신의 쾌유를 바라는 신자들로부터 산소호흡기를 선물 받았으나,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한 젊은 환자에게 양보하고 투병하다가 끝내 숨졌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다. 이날까지 7만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6800여 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전국의 병원들이 심각한 의료장비 부족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장례식을 포함한 모든 행사를 금지하면서 베라르델리 신부의 시신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안치됐으나,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주민들은 베란다에 나와 그가 운구되는 것을 보며 박수를 보냈다.
산소호흡기를 양보받은 젊은 환자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는 베라르델리 신부의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베라르델리 신부가 생전에 7년간 일했던 이탈리아 피오라노시의 클라라 폴리 시장은 "그는 모든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신부였으며, 사람들이 그에게 의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신부였다"라고 회고했다.
미국 뉴욕 예수회 성직자 제임스 마틴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이 자기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베라르델리 신부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탈리아에서 50명이 넘는 성직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코로나19로 숨진 성직자와 사제들을 위해 특별 기도를 했다.
베라르델리 신부의 시신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마을에 안치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장례식을 포함한 모든 행사를 금지하고 전국적인 이동 통제령을 내린 상태다.
주민들은 베라르델리 신부의 관이 거리에서 옮겨지는 동안 베란다에 나와 박수를 보냈다.
베라르델리 신부의 동료 주세페 포레스티 신부는 그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산소호흡기를 거절했다면서도 “그는 분명 특별한 사람이다. 지역사회에 스스로를 헌신했다”고 가톨릭 크럭스뉴스에 말했다.
이탈리아는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나라다. 23일 기준 6077명이 이 감염증으로 숨졌다. 성직자들 중에서도 5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피해는 북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사망자 대다수는 노인들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다.
출처 : 런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