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
류재열 M. 라우라 수녀
하느님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 것인가? 가장 쉬운 물음인 것 같으면서도, 그 답을 즉시 얻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열심히 기도하고, 성경 필사도 하지만, 무엇인가 빠진 듯 건조함이 지속될 때,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냉담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황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기도와 삶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즉 기도에는 삶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성경 말씀을 읽고, 듣습니다. 말씀 안에는 무궁무진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보물이 나의 것이 되기까지는 땀방울을 흘리는 수고로움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 수고란, 사도 바오로께서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갈라 2, 20) 고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께서 내 안에 사시도록 내 마음 안에 모셔 들이는 인내로운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내 안에서 행하시도록, 매일 매 순간 내 안에 주님을 모셔 들임으로써 모든 시간과 공간을 성화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내 생각과 말과 행위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습니다. 유혹은 그렇게 교묘하게 파고들어, 내 마음 안에서 평화를 가져가 버립니다. 유혹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감정을 따라가게 됩니다. 여기에서 ‘지금 내는 유혹자에게 유혹당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깨어있음’에 실패를 거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실망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믿고, 의탁 들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나약한 존재입니다. 얼마나 많은 오류와 착각 속에 갇혀 자신의 사고와 판단들이 가장 올바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여기에서 부모나 자녀와의 관계가 깨어지고, 부부간에 또는 친구와의 우정이 깨어지고, 평화가 사라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자리’를 불완전한 존재인 ‘나’라는 인간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를 휘두르고 있는 생각들을 멈추고, 마음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하느님 손에 맡겨드리며, 그분께서 일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드려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해질 때,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나의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바로 이것이 기적입니다. 이 기적은 나 자신의 변화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바이러스를 전파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안에서부터 하느님 나라가 성장하고 확장되어 가는 것입니다. 17세기에 사셨던 가르멜 수도회의 로렌스 수사님은 소임인 주방 일을 하시면서 항상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시며, 하느님의 현존을 즐기며 사셨던 분입니다. 다음은 로렌스 수사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나는 프라이팬 위의 오믈렛을 뒤집을 때도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했습니다. 하다못해 지푸라기 하나를 줍는 일까지도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했습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법을 찾고 있습니다만, 무슨 일이든지 모두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하면 됩니다.” 이토록 하느님과 일치된 단순한 삶이, 이웃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선사했을지 짐작되어 집니다.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님께서는 ‘하루를 잘 시작하라.’고 하십니다. “하루를 잘 시작한다는 뜻은 하루를 마치 생의 마지막 날로 여기며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삶 전체는 하늘로 방향 지어져 있으며, 우리는 이 지상에서 오직 여행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데살 5, 18) 라고 권고하십니다. ‘모든 일에 감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큰 믿음이 요구됩니다. 이는 고통까지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리기 위해 깨어 있다면,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는 기쁨과 감사함으로 하루를 열고 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행복은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물며 그분께 신뢰를 두는 그만큼, 각 사람 안에서 체험되는 은총입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2월, 우리에게 단조로우면서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들, 가족들을 위해 밥을 짓고, 자녀들을 돌보고, 직장에서 수고하는 그 모든 일을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행할 때, 내 안에서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