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조 임옥자 엘리사벳
고민해결사 나의 주님
나에게는 과년한 아들과 딸이 있다. 난 해가 바뀌면 자녀들의 결혼 문제로 걱정이 앞섰다. “올해에는 타성씨를 데려와라”고 말하면 언제나 돌아온 대답은 “결혼 안 해”라는 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이런 마음을 이해한 누구보다도 신심이 좋은 지혜조 조장 김영희 소화데레사가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에 같이 가서 기도드리자는 권유를 했다. “‘하느님께서는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무조건 믿으면 주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베풀어 주신다”는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 첫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첫날 수녀님께서 처음 온 사람 본인소개와 오게 된 동기를 앞에 나와 말하라 하셨다. 난 그때 비신자들이 흔히 말하는 식으로 나이가 꽉 찬 아들, 딸을 짝 찾아 혼인시키고 싶어왔노라고 부끄럽지만 간절한 마음을 하느님께 떼쓰는 심정으로 말하였다.
그렇게 한번, 두 번 오게 되면서 이곳 수녀님께 기도를 의탁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다녀 2016년에는 협력자 ‘스승예수 벗’회원으로 선서식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다행으로 아들이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람과 연애를 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무척 기뻤다. 그러다 혼인 얘기가 오가며 상견례를 하게 되었는데 신부 측에서 어차피 늦은 결혼 일 년 후에 하자는 이야기를 해서 적잖이 실망을 했다. 아쉽고 섭섭했지만 사돈 측이 딸을 그때 보내겠다는데 아무 내색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으니 차라리 그 일 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말고 예비신자 교리를 받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또 간절히 기도했다. 다행히 평소 무신론을 주장하던 아들과 예비며느리가 동의를 하여, 당시 예비신자 접수를 하던 양재동 성당을 찾았다. 그렇게 6개월의 교리 교육 후, 이 둘(김준범 마태오, 송희 세실리아)은 세례를 받고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났고, 역삼동 성당에서 주님의 은총과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올해 10월 5일에 혼인성사를 받았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예쁘고 착한 천사 같은 색시를 며느리로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마태오와 세실리아가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성덕을 베풀며 행복한 삶을 살도록 주님께서 늘 함께 해 주시고 성가정으로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드린다.
또 하나 기뻤던 것은 가톨릭에 대한 이해도 관심도 없었던 사돈댁에서, 자식을 앞서 3명을 결혼시켰지만 이런 성스러운 결혼식은 처음이라며 너무 좋았다고 하면서, 사돈 가족 중에 한명은 성당에 나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들도 주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내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 주셨고 큰 고민을 해결해 주셨다.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스승 예수님 앞에 조배를 하면서, 하느님께서는 항상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온 존재를 통해 깨닫고 체험한다.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고 있는 현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