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선물
박진희 M. 엘리사벳 수녀
아기 예수님을 떠올리면 저의 얼굴에도 기쁨과 사랑이 가득해지며 어릴 적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서너 살 적에, 아버지께서는 외국으로 가셨습니다. 엄마는 자녀들이 ‘아빠’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해주기 위해, 아빠가 보내주신 편지를 자주 읽어주셨는데 편지 마지막은 늘 “사랑한다” 였습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아버지의 편지를 들으며 저는 자주 사진 속의 아빠 얼굴을 뚜렷이 바라보기도 했고‘아~! 우리 아빠가 이렇게 생겼구나!’ 생각도 하며 보내주시는 선물을 받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계시기에, 아빠와 함께 있는 이들을 보면, 부러워하기도 했지요. 어느새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는 외국에서 일을 정리하시고 귀국하셨습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저는 아빠가 오셨다는 엄마의 목소리에 집 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빠야~”하고 말하는 순간, 그렇게도 아빠의 편지를 읽어주시고 말씀해주신 엄마의 이야기들과 사진 속에서 본 아빠의 모습과는 다르게 제 앞에 서 계신 ‘아빠’가 저에게는 생소한 아저씨로 보였습니다. 저는 엄마 등 뒤로 숨어 ‘정말 우리 아빠 맞아?’ ‘설마’하며 어리둥절해졌고, 왠지 낯선 사람이 서 있는 듯, 약간의 두려움 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빠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서먹서먹한 날들을 보내며 처음으로 가족이 모두 함께 맞이하는 성탄절이 되었습니다. 성탄 전날, 오빠와 동생 그리고 저는 큰 양말을 하나씩 문고리에 걸어놓았습니다. ‘과연 산타 할아버지가 올까?’ 설렘과 기다림을 안고, 셋이 나란히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성탄절 아침, 잠에서 깨어난 우리는 산타할아버지 선물부터 찾았습니다. 정말 선물이 있었습니다. 제 머리맡, 양말 속에는 연필 1타스와 줄 사탕이 담아있었습니다. 처음 받아 본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에, 우리는 “와~”하며 기뻐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정말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거예요?”하고 물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저는 그렇게 믿고 싶었나 봅니다. 엄마는 “그래~ 엄마 말 잘 듣고 착하다고 산타할아버지가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셨단다.”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셨고 우리는 자신이 받은 선물을 보며 마냥 기뻐하였습니다. 잠시 후, 엄마는 우리에게 “아빠가 너희들을 위해 준비해주셨단다.”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눈이 동그래져, 아빠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산타할아버지는 바로 아빠였습니다. 아빠는 저희를 보며 환하게 웃으셨고 아빠의 큰 미소에는 그동안 제 눈에 감추어진 아빠의 큰 사랑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쑥스러워하며 아빠에게 다가가, 아빠의 품에 안겨 ‘고맙습니다’라고 고백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적 선물을 받은 기쁨도 컸지만, 아버지의 존재, 아버지의 사랑이 저에게는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또한, 아빠에게는 다가가지 못하는 딸을 품에 안은 기쁨의 선물로 성탄절 아기 예수님이 저희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었지요. 그 기회로, 아빠와 저는 한 걸음 한 걸음씩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겠지요?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우리는 하느님께 ‘언제쯤 제가 당신께 가까이 갈 수 있을까요?’ 하며 하느님과 만남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아빠의 기다림과 동시에 저의 기다림 속에 사랑이 꽃핀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어서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들아! 언제나 나에게 오렴. 나는 늘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라고 하시는 ‘나는 있는 나다.’(탈출 3, 14)이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가는 곳마다 그 자리에서 그윽한 미소로 바라보고 계시며 하느님 아버지의 존재와 사랑으로 우리가 모두 하나 됩니다. 곧, 우리 안에 하느님을 닮은 사랑이 피어납니다. 전례 주년의 대림절을 시작으로 사랑이신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사랑하는 벗님들!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요한의 목청 높인 소리의 울림에는, 주님을 기다리는 기다림 속에는 서로의 인내와 희생 그리고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온 우주 안에서 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가지요. 사랑이신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셨고, 그 사랑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이 우리 가운데 사랑으로 태어나기 위해 겸손의 휘앗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세상에 예수님을 내어주시기 위해 기다리신 성모님처럼 가정과 이웃과 모든 피조물 그리고 하느님과 나 자신과의 관계 안에서, 서로의 약함으로 틀어졌던 부분들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기도와 나눔으로 서로에게 잔잔한 사랑의 감동을 주면서 영적 사랑의 열매를 맺고, 서로의 존재가 고귀한 사랑임을 느끼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준비하면 어떨까요? 기다림의 선물, 아기 예수님의 선물을 받으러 가는 이 아름다운 여행에 벗님들을 초대하며 벗님들 가정에 아기 예수님의 축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