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절친한 벗
채 시은 M.베로니카수녀
저는 올해 2월에 첫 서원을 하고 이제 막 스승예수님의 뒤를 따르며 제자의 삶을 배워가고 있는 막내 제자수녀입니다. 벗님들과 함께 ‘예수님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저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예수님과의 만남! 가장 먼저 떠오른 만남의 장면은 성체조배 시간입니다. 고3 때, 슬픔 중에 무작정 찾아갔던 성체조배 실에서 예수님과의 만남이 저를 지금 이곳에 살게 하는 첫 단추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 짊어지기에는 무거웠던 짐을 안고서 찾아간 성체조배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조용함 속에서 작고 붉은 빛이 저를 따뜻이 맞이합니다. 감실 안에 계시는 예수님께서는 지긋이 제 마음을 바라보시더니 ‘네 앞에 있는 나에게 모두 다 말해보라’고 마음을 건드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꺼내 보인 저의 솔직한 고백들... 저의 흐느끼며 흘린 눈물들. 예수님께서 성체 안에서 침묵으로 계신다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당신 앞에 나아갈 때 안아주시고, 기다려주시고, 다 받아주시고, 생각지도 못한 말씀들을 마음속에 들려주시고, 그것이 위로가 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십니다.》
예수님과의 만남 부분을 의도적으로 현재 진행형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만남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피난처와 같은 이 만남을 참 좋아했습니다. 젊음의 열정이 가득했던 시절에도 조용한 성체조배 실에서 주님과의 만남의 추억들을 쌓아갔고 ‘계속해서 만나고 싶어요, 또 올게요.’, ‘예수님 가까이 있고 싶어요.’하고 고백했던 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제자 성소’가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벗님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우리 벗님들께서도 예수님을 만나 벗으로서,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고, 함께 하고 싶다고 고백하며 기쁘게 선서를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 만남을 이제는 삶으로, 그리고 사명으로 초대받아 첫 서원을 하게 되었고, 제자 수녀로서 입는 푸른 망토를 받아 안았습니다.
창립자이신 복자 G.알베리오네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성체조배는 우리의 영혼과 전 존재가 예수님과 만나는 때이다. 제자가 천상 스승 곁에 머무는 때이다. 벗이 진실한 벗을 찾아가는 때이다. 그러므로 성체조배를 하는 동안 우리 영혼이 천상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매우 친밀한 관계에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나에게 바라시는 것은 무엇일까?’ 예수님께, 그리고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요? 저는 초기 양성기 여정을 걷는 중에, 함께 사는 수녀님의 한 말씀이 제 마음에 팍 꽂혀 가끔씩 저를 돌이켜 보게 했습니다. “적˙어˙도 예수님께는 솔직해야지.”
그동안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고 좋은 말만 하고 싶은 것처럼, 어느새 예수님께도 좋은 말, 착한 소리만 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첫 만남 때처럼 제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울고 있는 나약한 소리를 이미 듣고 아시고, 당신께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리고 계셨을 텐데, 저는 매일 만나는 그분께도 말을 못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복음말씀을 통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들으려고 애쓰며 관상에 젖어들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때, 이것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지금 카페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는 것처럼 있는데, 나를 앞에 두고 너는 아무 말 않고 눈만 감고 있구나.’ 아…. 주님과 함께 있어도 주님홀로 계시게 한 것 같아 저는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 마음에 있는 것,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두서없어도, 시간이 많이 지나도, 있는 그대로를 다 말씀드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듣는 것은 부족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한 발, 한 발, 예수님의 절친한 벗이 되고자 작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예수님은 먼저 다가오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우리도 당신께 다가오기를 오늘도 기다리십니다. 그분을 그저 무능력한 분으로 만들지 않도록 ‘진실한 벗’ 그리고 ‘함께 사는 제자’가 되도록 같이 기도하며 노력해보아요^^*
스승예수 벗회 월피정 때마다 그리고 목요일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예수님 앞에 계셔주어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지 뒤에서 기쁨에 젖은 기도를 드린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아버지께 제자들을 맡기시며 간절히 바치셨던 마지막 기도를 남기며 그리고 저도 함께 기도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 주었고 앞으로도 알려줄 것입니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게 하고, 저 또한 그들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200주년 기념 성서(요한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