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7일(화)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1884년 12월 15일 소팔가자에서 페레올 주교님께 보낸 김대건 부제의 아홉 번째 편지입니다.
이 서한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영성은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우리는 영고탑으로 가는 길을 모르기 때문에 당황하였습니다. 마침 하느님의 섭리가 우리를 도와주셔서
그 도시가 고향이라는 그 지방 상인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 얼마 동안 송화강 얼음 위로
그 강의 상류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땅이 울퉁불퉁하고 산도 험학하며 수목도 울창하고 길도 없어서 여행자
들은 강을 타고 다니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송화강을 떠나 좀 더 북쪽에 가서 본류와 합류하는
그 지류 중 하나에 접어들었습니다. 중국인들은 이 지류를 목단강이라고 부르고 서양지도에는 후르시아라
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 말은 달단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강가에는 간간이 주막이 있었는데 하루는 신자의 주막을 만나게 되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였습니다.
그 주막 주인이 우리를 형제처럼 후대했고 숙박비로 아무것도 받지 않을뿐더러 길 가다가 먹을 음식까지도
억지로 거저 주었습니다. 이것은 인정해야 할 중국인 교우들의 미덕입니다. 그들은 외국인과 그들의 형제들
에게 지극히 너그럽게 대접해 보내는 것이 관습입니다.
아홉 번째 편지 소팔가자에서, 1844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