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셀마 라게를뢰프가 쓴 「진홍 가슴새」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 만물과 동식물을 지으실 때 잿빛 털을 가진 조그만
새 한 마리를 만드시고 ‘진홍 가슴새’라고 이름 붙여 주셨습니다.
이 새가 하느님께 물었습니다. “저는 온통 잿빛 털을 가지고 있는데,
왜 ‘진홍 가슴새’라는 이름을 붙여 주셨죠?” 그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참 사랑을 베풀 수 있게 될 때, 그 이름에
합당한 깃털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진홍 가슴새의 둥지 근처 언덕에 십자가가 세워졌고, 그곳에 어떤
사람이 매달렸습니다. 멀리서 지켜보던 진홍 가슴새는 그 사람이
불쌍하게 여겨져서 그 사람에게로 날아갔습니다. 그 사람의 이마에
가시관이 씌워져 있는데, 그 가시마다 검붉은 피가 솟아나고 있었
습니다. 이 새는 조그만 부리로 그 가엾은 사람의 이마에서 가시를
하나하나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가시가 뽑힐 때마다 피가 솟아
나와서 이 작은 새는 온통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새는 지칠 때까지 그 가시들을 뽑다가 자신의 둥지로 돌아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 몸에 묻은 피가 도무지 깨끗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목덜미와 가슴에는 핏자국이 남게 되었는데, 더욱 이상한 것은
그 새가 낳는 어린새마다 모두 목덜미와 가슴에 선명한 진홍빛을 가진 채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또한 주님을 향한 사랑때문에 하느님께로 부터 받은 고유한 우리의
아름다운 색깔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