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제자수녀의 창작 콘텐츠로 도와드립니다!
전례자료실
사순 제2주일(마태 17,1-9)
사순 제2주일(2020년 3월 8일)
(마태 17,1-9)
그 무렵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베드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몹시 두려워하였다. 예수님께서 다가오시어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하고 명령하셨다.
말씀 묵상
1절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고,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졌다고 보도한다. (루카9,28-29)
예수님이 기도가 무엇인지 확실하고 정확하게 알려주시는 장면이다. 기도는 라틴어 OpusDei라는 말 그대로 하느님의 일이다. 예수님께서 사람을 하느님의 세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하느님의 시각으로 실제를 보게 하시는 것이 바로 기도라고 가르쳐 주신다.
높은 산:
성경 안에서 ‘산’은 특정 장소를 의미하기 보다 하느님의 현존의 장소, 하느님의 현시, 현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산이란 세상의 소음을 떠나 고독과 침묵의 장소로써 하느님의 생각 안으로, 하느님의 사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높은 산으로 가셨다는 것은, 사람이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하느님의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2절 모습이 변하셨는데, 해처럼 빛나고 하얘졌다.
- “변하셨다.” 변용, 변형은 뜻하는 이태리어(‘metamorfosi메타모르포시’)라는 단어는 눈에 보이는 것은 징그러운 벌레이지만 본 모습은 빛나는 나비라는 의미다. 예수님은 기도하는 중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자신을 통과하여 내면의 자신의 본 모습이 드러나도록 온전히 내맡기는 가운데 얼굴을 해처럼 빛나고,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 “변하셨다.” 이 변모는 수동태이다. 예수님 스스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예수님의 육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당신의 영광스러운 모습, 당신의 빛이 밖으로 드러나도록 하신 것이다.
- 이 체험은 바로 하느님의 눈으로 사물 안에 내재되어 있는 실제를 보는 것이다. 우리도 이런 체험을 하기 위해 고요히 생각할 시간마저 주지 않는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예수님 안에 머물러 침묵 가운데, 묵상하고, 관상하고, 일치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이 바로 ‘metamorfosi’ 변모의 순간이다.
- 인간은 물질적인 육체를 지녔다. 육체는 하느님과 이웃을 만나는 장소다. 인간은 육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반면에 육체는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 존재의 진정한 정체성을 알아 볼 수 없도록 베일로 가려진 장애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하느님의 모상성과 유사성을 발전시켜 가시는 장소 또한 우리의 육체이다.
- 변모는 내면에 있는 빛이 밖으로 나오도록 육체의 베일을 벗기는 것이며, 육신의 눈으로는 보고 평가할 수 없는 저 너머의 것을 보게 해 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변모를 통해 사람의 참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고, 우리를 이런 체험적 삶으로 초대하신다.
- 해처럼 빛나고…
태양은 빛이 충만한 상태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을 상징한다.
요한은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고.”(요한 1,14)고 고백한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둠 속에서 빛이 비추어라. 하고 이르신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을 비추시어,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느님의 영광을 알아보는 빛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2코린 4,6)
3절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모세는 율법의 대표하고, 엘리야는 예언자들을 대표한다. 모세와 엘리야는 ‘계약’의 선구자이고 증인들이기도 하다. 예수님 친히 “율법과 예언서를 완성하러 왔다.”고 하셨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율법과 예언서가 완성되고 성취되었음을 보여주신 것이다.
- 모세와 엘리야 두 분 다 하느님에 의해 높은 곳(산)으로 인도되었고, 시나이와 호렙 산에서 하느님의 현시를 체험했다.(탈출 33,18-23)
4절 베드로가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 베드로는 감탄한다. 종말의 때를 미리 맛보았기 때문에 시간을 멈추고 싶어 한다. 산에 오르면 하느님의 시각으로 실제를 보게 되는데, 베드로는 이 경험 속에서 계속 지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 변모하신 사건은 마치 미사 때 와도 같다. 미사는 천상의 삶을 미리 맛보는 시간이다. 성경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들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변화를 통해 빵의 형상으로 우리 가운데 머무르시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미사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잠시 하느님의 세계 안에 머물렀다가 다시 세상 안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5절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났다.
- 구름과 불(빛)의 형태 안에 주님께서 드러나신다.
이는 성모 영보에서도 마리아에게 발생했던 성령의 활동과 같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루카 1,35)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구름은 계약 후에 시나이 산 위에 머물렀고, “주님의 영광이 시나이 산에 자리잡고, 구름이 엿새 동안 산을 덮었다.”(탈출 24,16)
- 빛, 구름, 목소리는 하느님의 현현에서 보여지는 특징으로 ‘현시와 말씀’이다.
하느님의 현현(현시), 신현: 영광으로 변모, 빛남, 해, 빛나는 옷들은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며, 하느님 나라의 시민인 모세와 엘리야가 조화를 이룬다.
말씀: 목소리, 대화자 하느님께서 메시지를 전하신다.
7절 예수님께서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이르셨다.
- 주님은 늘 넘어지고 두려움에 쌓인 우리들을 일으켜 세워 주시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하신다.
- 부활은 우리 모두의 두려움을 없애시고 우리를 죽음과 공포로부터 일으켜 세우신 사건이다.
- 이제 제자들 앞에는 오직 예수님만 보인다. 환시는 끝났다. 제자들은 늘 살아계신 주님, 신현 자체와 살고 있었음을 몰랐던 것이다. 잠시 예수님의 신성을 체험했던 것이다.
성찰과 결심
예수님께서 나를 데리고 가실 수 있도록 기도 안에서 나를 온전히 내어 맡기고 있는가? 아니면 나의 힘으로 기도를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서 우리 각자의 기도생활을 되돌아 봅시다.
성체조배는 주님의 현존 앞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주님의 눈으로 현실을 볼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