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리·생명이신 스승 예수님
제가 가는 곳마다 은총과 위로를 가져가게 하소서.
(스승예수님께 바치는 기도 중에서)
제가 가는 곳마다 은총과 위로를 가져가게 하소서.
(스승예수님께 바치는 기도 중에서)
하느님 섭리의 손길
이민숙 M.비탈리아 수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늘 그 자리, 그대로일 것만 같았던 일상에 심한 균열이 오고, 미래를 뚜렷이 바라볼 수조차 없이 혼란과 불안 속에서 보냈던 2020년 한 해도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그토록 요동을 치면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쥐락펴락했던 이 바이러스도 유유히 흐르는 세월의 흐름만큼은 어찌할 수 없나 봅니다.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 세계는 범유행 현상과 함께 공황 상태를 겪으며 사회, 정치, 경제, 문화는 물론 종교까지도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그동안 공들여 쌓아왔던 것들이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 미생물이 우리에게 안겨준 고통 못지않게 내면에 새겨준 교훈 또한 큰 것 같습니다. 너와 나 무관하게 따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너무나도 긴밀히 서로가 하나로 연결된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바이러스 출현의 요인이 물질문명의 추구로 말미암은 무분별한 자연훼손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지하면서 지구의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을 더욱더 진지하게 가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너무나 평범했기에 소홀히 여겼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고, 한계를 지닌 인간의 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향해 마음의 눈을 돌리게 해준 것은 코로나19가 남겨준 큰 교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선물도 덤으로 주어졌으니, ‘신천지’라는 종교 사기 집단의 실체가 세상에 낱낱이 드러나게 된 일입니다. 그동안 이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소리 없이 전파되었듯 신천지 집단은 사회와 교회 안에 은밀하고도 교활한 방법으로 침투해 들어오며 해로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었지요. 사실 저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그들의 급속적인 성장을 바라보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주장하는 교리가 진리의 탈을 쓴 사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임수에 적잖은 신자들이 넘어가고 있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그 세력이 확장되어감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나더니 신천지의 오류와 민낯을 여과 없이 세상에 드러내 보여준 것입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저는 이러한 모든 과정 안에서 인간들이 저지른 악을 통해서도 선을 끌어내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느낄 수 있었고 보이지 않게 역사를 이끌어가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신 손길에 감사드렸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통해서, 인간의 역사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께서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손수 이끄시며 삶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우리는 이렇게 선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힘입어 인생 여정에 놓여있는 어떠한 도전이나 시련도 용기 있게 맞설 수 있으며 한결같이 하느님께 우리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늘 새롭게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전례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교회는 1년을 주기로 하여 구세사를 새롭게 기념하며 그리스도의 구원업적과 신비 전체를 기념합니다. 이러한 전례주년의 거룩한 드라마는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의 역사로서,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 탄생과 부활까지의 여정을 거쳐, 다시 오실 때까지 친히 성령을 통하여 교회 안에 살아계시면서 활동하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님께서는 “구원의 해 즉, 전례주년이라는 것은 왜 있습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 그리스도께서 형성되시기 위한 것입니다. 참으로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갈라 2,20 참조)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의 정신, 마음, 의지 안에, 나의 전 존재 안에, 나의 육신 안에까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영성체, 성체조배를 할 때마다, 우리의 덕을 닦을 때마다, 생활을 충실히 실천할 때마다, 그때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안에 더욱 충만하게 성장하시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신앙인들이 전례주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육화되시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지성의 성화 차원입니다. 즉 매일 하느님 말씀으로 양분을 취하며 코로나19와 신천지 같은 나쁜 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우리 지성에 면역성을 기르고, 우리의 생각과 정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생각과 정신으로 바꾸어가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바오로인들은 창립자의 천상 탄일 50주년을 기념하며 2020년 11월 26일부터 2021년 11월 26일까지 “하느님 말씀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은총의 해동안 큰 애정을 가지고 성경 말씀을 읽고, 듣고, 또 마음에 품고서 생활해 보시기를 권고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잉태하고 낳아서 세상에 내어주신 사도들의 모후 마리아처럼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 안에 임마누엘(마태 1, 23)의 기쁜 소식을 전해줄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