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서유민 M.루칠라 수녀
급히 계단을 내려오는데... “철커덕”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낫다. 순간 어떡하지?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어 달라고 외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바오로가족 카리스마 원천지 순례를 하는 중에 이태리 ‘비아 포르뚜엔쎄 숙소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날은 버스를 대절해서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일찍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화장실에서 오래 머무르는 관계로 아차 늦어버렸다. 일행이 모두 건물 안에서 나간 줄 알고 문을 잠그고 가버린 것이었다. 건물 안에 갇혔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고 마음이 복잡했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어야 하나?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일단 여기를 탈출하자!’ 그래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이런 체험을 한 후에,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가끔 ‘마음의 감옥’에 나를 가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한계를 느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에 느껴지는 위기감이 동시에 또 하나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를 하느님 은총의 힘으로 극복하고 견딜 수 있었다. 그 힘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 그분은 나의 모든 가치이며 모토이다. 영적인 힘으로 지탱이 된 이름이다. 그리고 그 이름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 수녀원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스승예수의 제자’라는 이름에 매력을 느끼고, 마음이 이끌려 결정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삶의 모든 가치를 내포하는 우리 영성의 핵심이다. 작은 분원에서 홀로 소임을 수행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에도 처음에는 우울했지만, 자숙하고 ‘주님과 함께’있다는 의식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평온하고 기쁘게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었다.
주님을 향한 믿음은 우리의 삶의 가치를 드높인다. 주님은 우리 생명의 빛이요 진리의 빛이시다. 그분은 우리가 어둠 속에 빠져 갈 길을 몰라 방황할 때도 하느님 나라로 향하는 길을 밝혀 주신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마태 4,16)
주님의 빛이 우리를 비추고, 그 빛을 따르는 이들은 어둠을 벗어나 참삶의 길을 걷는다. 어둠의 사람이 아니라 빛의 사람으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우리의 가치가 올라간다. 생명의 빛을 바라볼 수 있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이렇게 될 때 참된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과 욕심, 미움, 시기, 질투, 싸움에서 벗어나 생명의 빛이신 주님을 바라봄으로써 변화의 삶을 살 수 있다. 때로는 좌절과 원망이 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거듭 배반하고, 또 때로는 사랑을 고백하는 수도생활 안에서도 하느님의 자녀로 사랑받고 있다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시나이까?’라고 질문을 해본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 때, 하느님의 인내는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은총의 밑거름이었다. 의류 계통의 전문화 과정(소소하고, 잔잔한 선긋기와 채색에 이르는 방법을 거처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디자인 발상 과정과 의미전달, 감성의 표현)을 받고,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서 있기까지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생명력있는 중요한 과정의 하나였음에 감사드린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성이 있어서 자신의 한계를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한없는 초라함을 느낄 때 주님께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며 오롯이 내려놓게 되면 주님께서 친히 그 무능함을 채워주심을 체험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지금은 영원한 멜키체덱 직분을 받은 모든 사제들의 사목에 협력하는 사명에 참여하는 여 제자로서 이행하는 소임이 재미있고 신이 나며, 나날의 여정을 성령의 힘으로 무장시켜주신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있다. 노동을 통한 하느님의 계획에 제자 직분을 다 하며 주님과 일치하여 기도드린다. 그리고 내 안에 그리스도 형성될 때까지(갈라 4,19 참조)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사는 귀중한 가치의 보물 안에 들어가 조금, 조금씩 이나마 나의 한계성을 넓혀 가기를 희망해 본다.
사랑하는 스승 예수 벗 회원님들!
특별히 이달에는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며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을 찾았던 나자렛 성가정의 모범을 본받아,
예수님을 벗님들의 가정 한가운데 모시고 성 가정으로 가꾸어 가시길 기도하며 주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