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보이지 않는 당신을 보게 해 주십시오.”
광주 벗 김경순 실비아
나는 올해도 일 년 동안에 성경 전체를 한번 읽어야 하므로 연말에 열심히 밀린 성경 읽기를 마쳤다. 그래서 최근에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에 대하여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 내가 협력자로서 몸담고 있는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가 성바오로 가족 수도회 안에서 뿌리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어서 특별히 바오로 서간에 주목하며 열심히 읽었다. 바오로 사도의 복음전파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열정과 담대함, 그리고 3차에 걸친 선교여행, 수신교회에 합당한 서간들의 빛나는 신학적 말씀들을 되새김하듯 읽었다. 그리고는 몇 년 전에 읽어 보았지만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바오로가족 수도회의 창립자이신 『복자 알베리오네』책자를 찾아서 읽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분의 영성, 가르침이 지금의 나에게 너무도 필요한 가르침으로 들려 흡족한 마음으로 읽고서 이렇게 서툴지만 표현해 본다.
“찬미와 감사와 흠숭을 드리는 기도는 바오로 가족 회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첫째 의무이다.”(p139)
수녀님께서 이끌어주시는 성체조배와 렉시오 디비나는, 날마다 그저 나태한 마음으로 일상을 지내는 내게 특별한 깨달음으로다가왔다. 지금껏 하느님 말씀을 좋아하고듣고 배우며 살았는데, 입으로만 살고 행동으로, 실천으로 살아내지는 못하였다. 마음에 열정도 없어지고, 점점 늙어가는 것을 핑계 삼는 사이 게으름이 내 삶에 비집고 들어와 버렸다. 매일 해야 하는 기도도 미루곤하다가 마지못해서 하곤 했다. 기도를 하루 일과 가운데 제일 마지막으로 미루어놓고는 어쩔 수 없이 기도하는 나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깨우는 행동지침이 아닐 수 없다.
말씀 나누기를 해 나가면서 나는 변화되어 갔다. 깨달음은 행동하는 나로,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나로 만들어 주었다. 이웃에 사는 교우들이 기도해 주기를 부탁하면, 깨알 같은 글씨로 미사 책에 빽빽이 써넣고 매일 미사 때마다 지향을 두고 봉헌하며, 묵주기도를 할 때마다 그 이웃을 떠올리며 기도를 바친다. 이웃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 내 가슴은 하느님의 사랑을 간구하는 연못이 되고, 나의 기도지향들은 피어오르는 물안개 같아진다. 또한 빼어놓지 못하는 기도가 있다. 세계평화를, 우리 사회에 하느님의 공정과 정의가 실현되기를 청원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묵상해보곤 한다. 이 세상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희노애락의 무수한 일들을 겪는다. 우리들은 관계 안에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어서 구성원들이 힘들면 함께 힘들고, 아프면 함께 아파한다. 또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렇듯 삶은 우리를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주님을 굳게 믿는 우리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매 순간 자신을 말씀의 거울에 비춰보며 살아간다. 오늘도 렉시오 안에서 질문 해 본다. “이 말씀을 왜 나에게 주셨을까? 주님은 내가 어떻게 살기를 바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