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들의 단상(斷想)
슬기조 안재경 아가다
어느 날 캄캄한 어둠속 저 높은 곳으로부터 ‘안재경!’하고 우렁차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누가 나를 부를까 하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사무엘을 부르셨듯이(사무엘3,10) 나도 불러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님께서 그토록 나를 애타게 기다리셨을 때 나는 세상 속에서 내 힘으로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허덕이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꿈속에서까지 부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은 오롯하게 주님의 말씀과 주님의 사랑을 믿고 따르며 새벽미사에 다니면서 주님 뜻 안에서 살겠노라고 다짐한다. 미사 성찬례 중 사제가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들어 올리면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하실 때면 성작위에 나의 봉사직, 곧 성서백주간과 바오로가족수도회 협력자의 봉사를 살포시 올려놓는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늘 함께 해 주시기에 소박한 나의 삶과 봉사를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하느님께서는 내게 좋은 몫을 주셨다. 요즘에는 렉시오디비나와 성체조배에 참여하며 즐겁고 행복하다. 렉시오시간에는 진리이신 예수님을 따라 살 수 있도록 수녀님들께서 풀이해주시는 성경말씀을 배우며, 나의 삶에 접목시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성체 앞에 가서는 말씀에 비추어 지난 삶을 돌아보며, 주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을 알아듣기 위해 예수님께 여쭤본다. 그리고 바오로 가족 협력자로서 수녀님들의 지향에 일치하여 바오로 가족과 온 세상의 필요성, 특히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
지난 2000년 대희년에 하느님께서는 내게 큰 은총을 주셨다. 우리 벗 회원들이 수녀원에 와서 성체조배를 조직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내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수녀원 성당 성체예수님 앞으로 향하였다. 예수님을 만나러 무작정 오게 되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늘에 와서야 스승예수님이 우리를 늘 기다리고 계신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수녀님들의 사도직에도 직접적으로 협력하게 되었다. 곧 수녀님들과 함께 수단방에서 사제들의 옷을 만들며 직접적인 봉사를 하게 되었다. 약 4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수녀님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봉사했던 시간들이 지금까지도 은총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해에 명동에서 성서 백주간을 시작했고, 지금은 봉사자로 임하고 있다. 그러나 19년 동안이나 성경말씀을 읽어왔으면서도 구상시인의 ‘두이레 강아지만큼 눈을 뜨는’ 지금의 나임을 고백한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 교회에 봉사 할 수 있도록 참으로 좋은 몫을 주신 것 같다.
작년에는 바오로가족 협력자 백주년 기념행사(이태리 카리스마 원천지 순례)에 참여할 수 있는 은총을 주셨다. 각 나라의 바오로가족 협력자들과 함께했던 날들이 정말 행복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주님 안에서 또 바오로가족 사명 안에서 하나 된 우리였다.
주님을 따르려고 노력하면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는 걸 느낀다. 거저주시는 주님의 은총 안에 모두 함께 들어가자고 초대하고 싶다.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에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