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의 신앙
사도의 모후조 김기숙 로사리아
시어머니는 열심한 천주교 신자로서 개신교 신자인 저에게 천주교로 옮기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결혼하며 세례를 받았습니다. 12년 전 아주버님이 출근길에 심장 마비로 선종하시어 삼 형제 중 둘째인 저희가 10년 전부터 시부모님과 살게 되었습니다. 시아버님은 신자가 아니셨는데 늘 언젠가는 성당에 갈 거라 말씀하시어 제 기도 지향 중에는 아버님이 세례를 받으시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건강하시던 아버님께서 병원을 자주 다니시더니 폐렴과 통풍, 신장 등 몸이 급격히 나빠지시어 입원하였습니다. 90세를 바라보시는 아버님의 병세가 점점 깊어지셔서 “신부님이 오셔서 낫게 해 주시라고 기도해 주시면 어떨까요?” 여쭙자,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신부님과 연령 회장님께서 오시어 아버님께 미카엘로 세례를 주셨는데 연령 회장님께서 대부를 서 주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성체를 모시고 안수를 받으시고는 이제 병이 나으면 꼭 성당에 가시겠다고 신부님 손을 꼭 잡으시며 웃으셨습니다. 병자성사 후 2~3일이 지나 폐렴이 심해지시고, 슈퍼바이러스가 나와 격리 병동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하루는 제 손을 꼭 잡으시며 무언가 말씀하시고 싶어 하셨는데 산소마스크를 쓰고 계시어 말씀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아마도 치매이신 어머니가 주간 보호 센터에 다니시는데 걱정이 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버님 이마에 손을 얹고 주모경을 세 번 바친 후 ‘주님, 이제는 아버님이 당신의 자녀로 태어나게 하셨으니 고통 없는 곳으로 데려가소서.’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어머니는 잘 계시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 아버님께서 선종하셨다는 연락이 왔고 신부님과 수녀님, 본당 가족들의 많은 기도 속에 아버님을 보내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의 치매는 더 심해져 누군가 늘 곁에 있어야 했습니다. 가족들과 의논 끝에 가까운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불가능하여 간식이며 좋아하시는 반찬을 가져다 놓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2020년 11월 전화를 받고 달려가 보니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라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 뇌경색으로 길면 일주일 정도 사실 거라며 보고 싶은 분들은 조용히 오셔서 면회하라고 하셨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였습니다. 먼저 시동생과 형님께 연락드리고 선종을 위한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사는 동안 잘못하고 소홀하게 대했던 지난날이 마음에 걸려 어머니와 화해하고 용서를 청하려고 “어머니께. 혹시, 함께 사시는 동안에 제가 잘못하고 미웠던 행동들이 있으면 용서하세요.” 말씀드리니, 고개를 옆으로 저으시며, “그런 적 없어, 고마워.” 하셨습니다. “저도 어머니가 성당으로 이끌어주시고, 성모님 사랑을 알게 해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힘드시더라도 예수 마리아 요셉하고 기도하세요.” 하니 “자꾸 잊어버려.” 하셔서, “그럼 성호경을 그으세요” 하니, 힘들게 성호경을 그으시고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이마에 손을 얹고, 편히 아버님 곁으로 가시기를 기도하고, 중환자실을 나오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편안했습니다. 치매임에도 불구하고 저와 남편은 알아보신 어머니는 성탄 다음 날 아버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장례미사도 못 드렸지만, 남편과 저는 3달간 어머니를 위해 연도를 바쳤고, 그때부터 저녁기도는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어머니가 우리 안에 심어 주신 신앙의 씨앗은 잘 자라고 있고, 우리 부부 또한 자녀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잘 심어 주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어머님, 하늘나라에서 아버님, 아주버님과 영원한 행복을 누리소서. 아멘.주님 한 분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