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 )
김임자 M.엘레나 수녀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환경이 바뀔 때 그 앞에 “새(新)”라는 단어를 붙여 ‘새해’, ‘새집’, ‘새댁’… 이라고 부르며 시간과 공간, 사람의 몸과 마음을 조심하도록 합니다. 몸과 마음이 무더위와 싸우며 지쳐가는 요즘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여 지치지 않도록 하느님과 함께 쉬어보면 어떨까요?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다섯 살 꼬마였던 저는 큰 오빠가 여동생을 무릎에 안고 사진을 찍는 모습과 동네로 스튜디오를 꾸며 끌고 다니는 아저씨가 한복을 곱게 입혀 동생을 호랑이 등에 앉혀 사진 찍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왜! 나와는 찍지 않을까?’, ‘나도 찍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보고만 있었습니다. 수녀회에 입회하여 내면의 작업을 하면서 어머니가 일하실 때 내가 배고파 울면 언니가 나를 어머니에게 데려가 주어야 젖을 먹을 수 있었던 그 상황이,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습관을 갖게 된 동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일어나는 마음의 불만족(욕구)을 통하여,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기회로 인식하기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의지로 생각하며 타인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기르도록 가르칩니다. 그래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울며 떼쓰기를 합니다(어린아이). 그래도 수용되지 않으면 권리를 요구하며 ‘나도 받고 싶다’, ‘하고 싶다’라고 이기적인 방법으로 표현합니다(청소년). 또 수용되지 않으면 의무감을 일으키며 도덕적, 윤리적 책임감에 호소합니다(어른). 그러나 남는 것은 서로에 대한 불편한 기억입니다. 해가 바뀌고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성당에 데리고 가서 유아세례를 받게 해주었습니다. 세례를 받고 동생의 손을 잡고 성당에 다니던 어느 날 신부님께서 큰아들과 작은아들을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루카 15장)를 들려주었습니다. ‘어! 하느님은 똑같이 사랑하시네.’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똑같은 사랑을 받는다는 기쁨이, 언니와 오빠가 동생에게 어떻게 해주는지를 보게 하였고 저도 동생에게 따라 해주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받고 싶던 사랑에서 주는 사랑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느님과 함께 보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제 생각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몰랐어요. ‘사랑받고 싶다.’라는 욕구에 눈이 가려져 동생을 시샘하고 다른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제 마음을 아시고 어머니를 통해 저를 부르셨고 신부님을 통하여 루카 복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복음을 듣게 되자, 생각 안에 있는 ‘사랑받고 싶다’라는 제 마음을 알게 되었고 마음을 알게 되자 차별받고 있다고 느꼈던 이기적인 마음이 같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꼈으며 받고 싶은 사랑에서 주는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혼자 있는 저를 부르시어 사랑이신 하느님을 알게 해 주셨고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쉼(,)의 방법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생각을 모으고 마음을 다하여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모든 것을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 마음을 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나의 마음도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피조물(식물, 동물,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겠습니까? 내 마음을 알 수 없다면 갈망하면서 주님께 ‘도와주세요!’하고 청해보세요.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마태 21, 2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의식주, 건강, 사랑 …)을 알고 계시며 나의 구원에 필요한 모든 은총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버지께서 좋은 것을 주심을 믿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주님께서 마련하신 곳(“야훼이레”)까지 걸어갈 때 그곳에서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으로 내 마음을 알게 되고 모든 은총을 받게 됩니다. 사랑하는 벗님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더위에 지쳐가는 요즘 하느님과 함께 대화를 시작해 볼까요? ‘덥다’ ‘힘들다’ ‘짜증난다.’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더위는 왜! 창조하셨을까?’,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힘들기만 하나?’하고 의문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이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아~, 시원하다!”하며 바람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그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 찾지 않고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세상이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을 뿐입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가 된다고 하는데 지금 나의 시간이 공수래공수거가 아닌 하느님을 만나는 내 생애의 최고의 시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나를 찾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요한 20, 17c)를 믿고 내 생각을 아버지께 말씀드리세요.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쉼)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