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군중이 가엾구나!”
장명자 마리아 카타리나 수녀
6월, 일 년의 딱 중간에 있는 6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모든 사람이 생활하기에 참 좋은 계절입니다. 또한,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예수성심성월이기도 한 이달에 마르코 복음 8,1-10절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 안에 담겨있는 예수님의 사랑을 벗님들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먼저 ‘많은 군중’과 함께 하시는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심을 보여주십니다. 군중 가운데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지만 예수님께서는 모두를 배불리 먹여주십니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든, 어떤 처지에 있든, 어떤 생활을 하든, 어떤 모습이든 그분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며,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가끔 자기 자신의 처지와 모습, 한계, 세상적인 잣대로 인해 그분께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 숨어 버릴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를 가엾게 여기며,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는 우리를 염려하시고 걱정하시는 그분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나’를 향한 사랑에 멈춰서는 안 됩니다.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군중 가운데 계셨던 것처럼, 내 이웃 안에서도 함께 하시는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랑에 감사할 수 있을 때 그분께 대한 사랑이 커가고 나의 사랑도 커 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시지 않습니다.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만을 원하실 따름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원하실 따름입니다. 없는 것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우리 마음 안에 예수님의 사랑을 키워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면서 생활할 수 있을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그분께 받은 선물을 그분 손에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그분께 친절함의 선물을 받았다면 만나는 이웃에게 친절함을 손에 쥐여 주십시오. 내가 온유함의 선물을 받았다면 내가 겸손함의 선물을 받았다면 내가 인내의 선물을 받았다면 내가 희생의 선물을 받았다면 내가 나눔의 선물을 받았다면..... 그 선물을 이웃의 손에 쥐여 주십시오. 그 이웃의 손이 바로 예수님의 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웃과 나는 예수님으로 인해 함께 배부르고 함께 평화롭고 함께 기쁠 것입니다. 사천 명을 먹이신 영적 부요함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받은 선물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은 나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저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놓고 풀어보지도 않은 채 세상적인 것만을 찾으며 추구하려 합니다. 손해 보지 않으려 하고, 희생하지 않으려 하며, 편하고 화려하고 멋진 것만을 꿈꿉니다. 항상 만족할 줄 몰라서 분노하고, 실망하고, 좌절하면서 악의 구렁에서 이렇게 울부짖습니다. ‘예수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천 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은 하느님을 향한 감사의 기도에서 비롯됩니다. 비록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 세상적인 계산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불가능이 없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고 바라기 전에, 내가 하느님께 받고 있는 그리고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감사드릴 때 나의 모든 것은 ‘있음’이 될 것이며 ‘나눔’이 될 것입니다. 선물은 풀어서 그 내용물을 확인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 선물에 담겨있는 상대방 사랑의 마음을 느끼며 감사할 때, 나와 상대방의 친밀함과 사랑이 깊어가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 안에는 하느님께 받은 선물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선물을 풀어서 이웃과 함께 기쁨을 풍요롭게 나누는 이들도 있고, 세상 것들로 인해 마음 한구석에 방치해 놓은 채 아직 열어보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들께서는 하느님에게서 받은 선물을 어떻게 하셨나요? 벗님들의 그 선물들이 예수님을 통하여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영적 배부름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기적이 되길 바랍니다. 예수성심성월, 예수님의 손에 벗님들의 작은 감사를 살포시 올려드리는 하루, 한 달, 한 해가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