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리·생명이신 스승 예수님
제가 가는 곳마다 은총과 위로를 가져가게 하소서.
(스승예수님께 바치는 기도 중에서)
제가 가는 곳마다 은총과 위로를 가져가게 하소서.
(스승예수님께 바치는 기도 중에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 5)
관구장 박 M. 안눈치아따 수녀
스승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을 받으시는 벗님 여러분께!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필리 2, 6-7)” 우리 가운데 오신 임마누엘 예수님의 축복과 평화가 벗님들의 가정, 가정에 충만하시길 축원하며 수도 가족의 이름으로 새해 인사 올립니다. 작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제약을 받고 살았으며, 그로 인해 벗님들이 한 달에 한 번 성체의 주님 앞에 나아와 함께 기도하며 감사와 청원을 드리는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매달, ‘혹시 다음 달에는 모일 수 있을까!’ 하며 마음 졸이고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사랑으로 저희를 기억해주시고 성체 앞에 머무르며 교회와 세상을 위해 바치신 벗님들의 애틋한 기도와 영적 물질적으로 나누어 주신 사랑의 마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시대는 세계적으로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경제적 위기를 겪는 가운데, 교회 내적으로 신앙의 나태함, 새로운 무신론과 기술만능주의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헤쳐나가야 할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준 2020년을 뒤로하고 숙연한 자세로 오로지 주님께 희망을 두며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2021년 새해에 우리 벗님들은 1) 한국 교회 차원에서, 2) 바오로 가족 차원에서 크나큰 은총의 해를 보내도록 초대받았습니다. 1) 한국 천주교회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희년을 지내면서 한국 교회의 귀중한 유산인 순교 영성, 곧 순교자들이 온 삶을 바쳐 지킨 신앙을 삶의 중심 자리에 굳건히 세우고, 그 영성을 본받아,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 6)의 가치를 더욱더 깊게 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모범을 본받아 모든 것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자비와 사랑에 흠뻑 젖어드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올해는 또한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가 되신 하느님의 종,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합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당시 조선 남부에 흩어져 있는 127개 교우 촌을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연중 7천 리 길을 걸어서 사목하시며 교우들을 보살피시다가 탈진하여 고열에 시달리셨고, 마흔 나이에 병사하신 땀의 증거자 이십니다. 올해는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서도 열성을 다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2) 바오로 가족 차원에서는 복자이신 창립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님의 서거 50주년(1971-2021)을 감사와 찬미로 기념하는 성경의 해로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스승 예수 벗 회의 회원이신 여러분 모두도 매일 하느님 말씀을 사랑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실천하는 은총의 해로 살아가시도록 힘쓰셔야 하겠습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바오로 가족 차원에서 큰 행사를 치르지 못하더라도 담당 수녀들의 지도를 받으시며 저희 수도회와 깊이 일치하여 신앙생활에 매진하시도록 격려합니다. ‘순교 영성’과 ‘성경의 해 정신’은 일맥상통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아들을 내어주셨듯이 우리도 타자를 위한 존재가 되는 여정을 꾸준히 걷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위대함과 한계를 동시에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진정한 위대함은 나약함과 한계를 인정하며 모든 것의 근원이신 주님께 의탁하는 자세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성탄(비움) 의 신비를 사는 이 시기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에 1,000명이 넘어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게 하는 이 시기에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가 한 다음의 말이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깊이 두드립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에서 무력하고 연약하시며, 오직 그렇기 때문에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를 도우시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전능으로 우리를 도우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약함으로, 자신의 수난으로 우리를 도우시네. (…)” 하느님이 세상을 힘으로 눌러 이기고 세상 안에 당신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세상과 경쟁하는 분이 아니시듯, 교회(그리고 나) 역시 그래야만 합니다. “세상 안에서 자신의 무력함으로 힘과 공간을 확보하시는 성경의 하느님을 보는 눈” 저 관상의 눈만이 교회 생활(신자 생활)을 구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허약함(끝-경계)의 체험을 통해서만 우리는 허약함 속에 숨어계신 하느님을 알아 뵙게 될 것입니다. 세상 안에서 겪으시는 하느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 이것이 신앙입니다. 이것만이 우리를 ‘그리스도인’이요 ‘제자’로 만들어주지, 특정한 형태와 방식의 종교 행위가 우리를 그리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벗님들 한 분 한 분께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과 ‘바오로 가족 성경의 해’를 보내시는 올 한 해 동안, 각자의 연약함과 무력함, 한계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세상 안에서 겪으시는 하느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참 신앙인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변함없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 자비에 의탁하시어 가정에 하느님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제자 수녀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