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한국에서 입는 제의, 수녀들이 한땀한땀…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봉제생산협동조합 솔샘일터 제작
2014-08-05 송고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수녀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시복미사'에서 교황이 입을 제의를 만들고 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제공)© News1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이하 방준위)는 오는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와 18일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 사용될 교황과 주교의 제의를 5일 공개했다.
교황의 시복식 제의는 홍색에 교황 방한 기념 로고와 성작(미사에서 포도주를 성혈로 축성할 때 사용하는 잔), 칼을 조화롭게 형상화했다. 성작은 성작 그 자체를 상징하면서 한편으로 찬미의 손짓을 표현했다. 칼은 순교자들의 수난을 뜻한다. 전체적으로 수난 뒤에 따라오는 찬미와 영광을, 궁극적으로는 십자가의 영광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평화의 화해를 위한 미사 제의는 백색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구원을 뜻하는 올리브가지로 원형을 이미지화 했다. 손으로 수놓은 비둘기는 수채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제의 디자인과 제작은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에서 맡았다. 5월부터 디자인을 기획한 수녀회는 6월 초 교황청으로부터 디자인을 확정받고 곧바로 제작에 돌입했다. 가난한 이를 사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뜻에 따라 제의 소재도 값싸고 얇은 것으로 선택했다. 대부분은 수녀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제의를 디자인한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황에스텔 수녀는 "아주 얇은 천으로 제의를 제작하다보니 기계로는 절대 수를 놓을 수 없었다. 손바느질도 두 세 번씩 연습을 거친 뒤 수놓은 실을 뜯고 다시하기를 반복했다. 수녀님들이 기도하며 정성껏 손바느질한 제의가 교황님을 통해 세상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봉헌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News1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특별히 수녀회 외에 또 다른 이의 손길이 보태졌다. 교황은 봉제생산협동조합 '솔샘일터'(서울 강북구 미아5동 소재)의 장백의를 이날 미사에서 입을 예정이다. 장백의는 사제나 부제가 미사 때 제의 안에 입는 옷으로 발끝까지 내려오는 희고 긴 옷이다. 사제가 미사 때 갖추어야할 육신과 영혼의 결백을 상징한다.
장백의의 아랫단과 소매단, 옆선에 무궁화 124송이를 수놓아 시복 반열에 이르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순교자'들을 표현했다. 깃은 제의와 함께 한국 남자복식의 두루마기 깃을 적용해 한국적인 느낌을 냈다.
솔샘일터 조합원이자 이번 교황 제의를 제작한 정진숙씨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때 입은 제의를 만들기도 했다. 소아마비로 장애를 가졌지만 제의 디자이너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솔샘일터는 1994년 강북구 삼양동 재개발단지인 산동네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우 신부와 3명의 여성들이 적은 자금을 출자해 만든 봉제협동조합이다.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자립적으로 운영되며 20년째 꾸준히 제의 등을 제작 중이다.
염지은 senajy7@
출처 : (서울=뉴스1)